$0.52 달러에 무료배송.. 배송비가 대체 얼마일까?




알리익스프레스를 사용하다보면 저렴한 배송비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1 로 안되는 제품을 국내도 아닌 국외에 무료배송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국내 배송도 2,500원씩 받는데 말이죠.




만국우편연합(UPU) 로고



1. 만국우편연합의 협약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들은 만국우편연합(萬國郵便聯合, Universal Postal Union)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이 연합에 속한 국가간에는 협력관계이기 때문에 EMS 서비스와 기타 여러 우편서비스를 양질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를 위한 기본 협약이 존재합니다. 


-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고정 가격에 가까운 형태로 우편물을 보낼 것.

- 국제 우편 요금은 해당 국가에서 징수하여 사용할 수 없다.

- 국제 우편, 국내 우편(국내 우편물) 모두 같은 취급을 할 것.


여기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저렴한 배송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두 번째와 세 번째 협약입니다. 


- 국제 우편 요금은 해당 국가에서 징수하여 사용할 수 없다.

  우리가 우체국을 통해 다른 국가로 물품을 보낼 때를 생각해보면, 배송료는 모두 발송지 국가에서 지불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불한 요금은 해당 국가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목적지 우체국에 일정부분 나눠줘야 합니다. 


이를 '상대국 취급비' 라고 합니다. 목적지 우체국(이하, 배달지 우체국)에서 배달할 때 필요한 비용을 발송 국가로 부터 일부 보전받는 제도입니다. 


- 국제 우편, 국내 우편(국내 우편물) 모두 같은 취급을 할 것.

  우편 수단/발송 국가에 상관없이 우편물은 국내 우편처럼 최선을 다해 배송해야 되는 조항입니다. (호혜주의)



상대국 취급비는 우체국간 배달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제도이다.

출처 : USPS Inspector General



2. 협약 악용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사용하는 우체국들은 위 협약들을 소위 악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발송 우체국은 목적지 우체국까지 물품을 운송하는 비용만 부담하면 되고, 실제 목적지에서 배달에 필요한 비용(집배원 인건비, 전산처리비용 등)은 목적지 국가 우체국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발송 우체국은 큰 부담이 없습니다.


즉, 배송료를 조금 저렴하게 받더라도 발송 물량을 무차별적으로 늘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아까 위에서 언급한 '상대국 취급비' 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나, 목적지 우체국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목적지 우체국 입장에서는 손해를 본다고 해서 배송을 안 할 수도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배송해야 하는 조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USPS에서 스캔을 중단 해 버렸다.

출처 : http://www.opencart.kr/1695



3. 피해입는 배달지 우체국

우체국이 공공기관이다보니 손해를 보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물품을 배달해오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집배원이 택배기사와 같이 배송물량 건수마다 돈을 받는 형태가 아니라 월급제이기 때문에 그나마 손해를 덜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렇게 저렴하게 들어오는 물량이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위 처럼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겠지만, 만약 배달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엄청난 물량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배달지 우체국 입장에서는 이를 처리하기 위한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이는 고스란히 배달지 우체국에서 떠 앉게 됩니다. 



USPS(United States Postal Service) 로고



4. 실제 있었던 USPS 사례

실제로, 배송물량이 너무 많아 손해가 크게났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미국 우체국(USPS)이 그 주인공입니다. 

USPS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저가 국제우편 물량공세로 기존 물량까지 처리가 어려운 상태까지 이르렀고, 손해가 누적되자 국제등기 스캔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국제등기를 받기는 하나, 우체국에서 스캔을 하지 않기 때문에 트래킹이 불가능합니다. USPS 입장에서는 기존 물량을 스캔없이 처리하기 때문에 빠르게 운송할 수 있고(=인건비 절약), 간접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등기발송을 하지 말라는 뜻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 외에 다른 국가들도 적용되므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으로 RR 등기를 보낼 경우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조치는 등기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되었는데, 트래킹 정보는 분실과 오배송 등 각종 배송 분쟁에서 객관적인 증거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추적이 불가능해지면서 구매자가 물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증빙할 자료가 없어 군말없이 환불처리 해줘야하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ePacket은 7~14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출처 : eBay - 'hey_girls'



5. 독자 배송상품 출시

USPS는 등기 트래킹 서비스를 제한하는 대신 차선책을 내 놓았는데, 국제 등기보다는 비싸지만 EMS 보다는 저렴한 독자적인 배송상품을 출시한 것입니다.

'ePacket' 라는 상품으로서 EMS 보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거의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빠른배송, 추적가능)를 받을 수 있으며, USPS 입장에서는 배달원가를 보장받을 수 있고, 판매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합니다. 


만국협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우편물을 배송해 왔던 다른 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상품이 대거 출시되면서 그동안 얼마나 억울했었는지를 절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우체국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업 전용으로 'K-Packet'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품들은 만국우편협약의 EMS 제도와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전에 계약을 맺은 일부 국가들 간에만 제공됩니다. 



6. 우체국의 할인 정책

알리익스프레스 배송수단 중 Aliexpress Standard Shipping 이라는 항목을 보셨을 겁니다. 실제로는 차이나포스트/싱가포르 포스트 등으로 배달이 되는데, 왜 우체국 이름이 아닐까요? 또, 기존에 우체국 이름이 적힌 배송수단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우체국은 알리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쇼핑몰과 배송 계약을 맺고 판매자에게 평소 금액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편을 보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Aliexpress Standard Shipping 혹은 Aliexpress Premium Shipping 등 Aliexpress 가 붙은 배송수단은 알리익스프레스가 우체국과의 배송 과정에 직접 개입하게 되어보다 관련 클레임에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 판매자가 직접 우체국과 계약하여 보내는 것에 비해 1~2달러 정도 비싸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판매자는 추가금을 받거나 직접 계약하고 발송하는 편입니다. 


우체국은 판매자들과의 보다 많은 계약을 위해 온라인 판매자에게는 배송비를 할인해주고 있으며, 이커머스 업체 또한 자체적인 계약을 통해서 저렴한 배송비로 국제배송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체국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배송물량 확보를 통하여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7. 대량의 발송물량

일반적으로 해외배송은 우리나라 택배배송처럼 집하 즉시 배송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며, 일정 장소에 물량을 모두 모은 뒤 항공편이나 선편을 통하여 한꺼번에 목적지 국가로 발송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컨테이너와 항공 카고를 사용합니다. 


이로 인해 컨테이너에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배송이 빠르고, 물량이 늦게 모이거나 이제 채워지기 시작한 컨테이너에 들어간 경우라면 배송이 늦어질 수 있는 등 배송기간이 이로 인해 평균 배송일자가 들쑥날쑥하며, 그나마 한국편의 경우 물량이 많아서 지연이 덜한 편이나 이커머스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는 국가로의 배송은 엄청나게 느립니다. 


중국 이커머스 시장은 날로 발전하면서 해외 배송물량건이 급증하였고,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정기 세일 등 쇼핑 프로모션이 늘면서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배송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물량건을 모두 취합하여 한번에 목적지 국가로 보낼 수 있다면 소량의 물량을 여러번 보내는 것에 비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우체국을 비롯한 각종 국제배송 업체들은 대량의 배송물량을 최대한 모으는 방식을 이용해 배송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습니다.

물량이 많지 않았다면 컨테이너와 카고에 물량이 채워지는 속도가 더뎌 결국 배송 품질을 떨어지지만, 중국이기에 가능한 방식입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알리익스프레스는 왜 여러나라 우체국을 사용할까? - http://blog.bpscal.com/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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